거리 가구의 세계

한국에서 가장 에로틱한 동상은? 2009/06/01

딸기21 2019. 8. 14. 20:59

제 교과서는 거리입니다. 기자로서 제가 문화와 사회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 풍경에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거리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표정과 재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하곤 합니다.

그래서 완전히, 철저히, ‘내맘대로’ 거리 풍경 베스트를 뽑아봤습니다. 뭐 저정도를 가지고 베스트냐, 더한 것이 있다 싶으신 분들은 가차없이 덧글과 사진을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미있는 풍경, 혼자서만 즐기지 말고 모두 알고 지낼 수 있게 말이죠^^.
 
가장 멋있는 버스 정류장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은 망치질하는 거대한 조각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그 망치질 하는 거인 못잖게 인상적인 작품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빌딩 앞 버스 정류장입니다.
 

사진=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경쾌하고 산뜻한 금속 소재로 만든 이 정류장은 건축가 하태석씨의 작품입니다. 도시적 감각이 잘 드러나는 산뜻한 느낌이 매력적입니다.


버스정류장이 모두 이럴 필요는 없겠지만 이렇게 개성적인 버스정류장들이 늘어난다면 도시에 재미가 더해질 것 같습니다. 이 버스 정류장 맞은 편에도 또다른 작품 버스 정류장이 있답니다. 한번 눈여겨 보시길. 그리고, 이 정류장은 밤에 봐야 제맛입니다. 

 

사진=박영채 건축전문사진가


 
가장 에로틱한 조각은?
 
대형건물은 법적으로 전체 건축비의 1% 정도를 건물을 꾸미는데 써야 합니다. 건축물의 공공적 기능을 위해서죠. 대부분 조각을 건물 옆에 설치합니다. 그 특성상 이 공공 조형물들은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정형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환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 밝게 뛰는 어린이 뭐 이런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겠습니다만, 뜻밖에 아주 에로틱해진 조각이 있습니다. 서울 을지로 입구 한 건물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계단에 있는 여인상입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자연에 대한 조각 같습니다. 일단 여인의 차림이 자연상태군요. 자세도 를 대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듯 합니다. 그리고 여인의 머리도 하늘로 올라가 구름속으로 들어가며 자연과 하나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하기 전까지 얼핏 보면 일단 떠오르는 느낌은 좀 달리 해석하게될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이 조각을 자연스럽게 만지게 되는 부작용(?)도 생겼군요. 다니는 길쪽으로 내민 엉덩이가 꼭 만져달라는 듯합니다. 워낙 만지는 바람에 다른 부분은 거친데 엉덩이만 반들반들해져 빛깔도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보면 엉덩이만 빛이나는 모습이 웃깁니다.
 


여성 행인들은 좀 기분 나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웃어야죠. 왜 저런 포즈의 동상을 디자인했는지는 좀 의아합니다만, 저런 곳에 야한 작품을 만들었을리는 없었을 겁니다. 때론 저렇게 웃기는 수용방식을 낳는 의외의 조각이 있다는 것, 그게 재미있잖습니까?
 
가장 분위기 멋진 주차장은?
 
서울 안국동에 가면 대원군과 고종이 살았던 집, 운현궁이 있습니다. 우리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명소인데, 이 운현궁을 담으로 쓰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운현궁 바로 옆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주차장입니다. 
 


임금님 아버지 집 담이 주차장 벽이니 문화재 관리차원에선 이게 좋은 일인가 싶지만 주차장으로선 이런 호사도 없겠죠. 이와 비슷한 한옥 장식 주차장으로는 서울 원서동 창경궁 담길 한샘디자인연구소 주차장도 있습니다. 사고석 담장에 기와 지붕을 얹은 근사한 주차장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초등학교 담장은?
 
우리 전통 건축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기와조각으로 멋을 낸 꽃담이란 담장입니다. 소박하면서도 담 자체를 회화작품이나 조각처럼 꾸민 맛이 보고 있으면 절로 즐거워집다. 이 꽃담 기법을 초등학교 시멘트 담장에서 구현한 담이 있습니다. 서울 북촌 재동초등학교 담장입니다.
 


평범한 담도 아이디어 하나로 이렇게 근사하게 변합니다. 그 아이디어 못잖게 이를 채택한 학교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가장 예쁜 고등학교 담은?
 
서울 정동 이화여고는 오래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돌담이 일품인 학교입니다. 그런데 이 담이 더 예뻐졌습니다. 담 아래 시멘트 구조 부분에 공공미술작품 ‘담꽃’이란 작품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정동 덕수궁 돌담길을 따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이 작품이 된 담장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가장 황당한 분전함은?

분전함이란 것이 있습니다. 거리에 놓인 전기 설비인데, 이게 한전에서도 놓고 경찰에서도 놓습니다. 경찰은 신호등 관리용으로 설치합니다. 공공 공간에 들어서는 것인데 지차체에서 정식으로 관여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디자인 감각이 대부분 디자인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결여된 것들입니다. 또한 가끔 디자인을 추구한 것들은 경악할 수준인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 이 분전함이란 것의 특징이 되겠습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전함은 충남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본 바로 요 녀석입니다.
 


나름 전통문화 보존지역인 민속마을에 어울리게 한다고 분전함에 초가집도 그리고 마을 뒷산도 그렸습니다.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최악입니다. 시골 마을의 고즈넉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저 요란한 분전한 하나가 완전히 박살을 내버립니다. 분위기를 깬다는 말을 이토록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일수록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가장 자연을 사랑하는 빌딩은?
 
이 건물을 먼저 보시죠. 왜 자연을 사랑하는지 안타깝게도 사진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래도 한번 추측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나무는 보기만 해도 포스가 대단하듯 보호수로 지정된 520살 회화나무입니다. 저 나무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저 건물은 나무 뿌리와 가지쪽을 피해 건물 표면이 동그랗게 파였습니다. 규정대로라면 자기 땅에 원하는대로 건물을 지어도 됩니마만 오래된 나무를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죠.

보호수를 관리하려는 그런 노력 덕분에 저 건물은 2007년 대한민국 녹색대상 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착한 건물이냐구요? 주한 캐나다 대사관이랍니다. 착한 공익적 선택 하나가 국가 이미지까지 올려주네요.
 
가장 꾸미기 아이디어가 기발한 건물은?
 
서울 청와대 바로 앞에 있는 한 레스토랑입니다. 건축가 황두진씨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건물 앞에서 한 명이 사진을 찍고 있군요.


이 건물은 보는 순간 누구나 사진을 찍어 두고 싶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건물 벽에 설치한 미술작품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이 열리고 그 속에 신발들이 가득합니다. 그 신발들이 건물 벽을 바닥 삼아 곳곳에 돌아다니는 것 처럼 붙여놓았습니다. 
 

  
이 재미있는 작품은 김정범씨의 <더 레드 도어2>입니다. 저 바닥에 있는 신발들도 모두 자기로 구워낸 가짜 신발들입니다. 건물과 작품을 하나로 활용하는 상상력이 기발합니다.
 
가장 상상력이 빈약한 조형물은?

저 김정범씨의 작품처럼 개방 공간에 들어서는 작품들이 모두 상상력이 기발하고 재미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불행히도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이 아니어서 좋은 작품들은 더 드물고 빛이 납니다. 아쉽게도 정말 뻔하디 뻔한, 도대체 이런 걸 왜 만들었는지 싶은 조형물들도 허다합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황당 조형물들을 잘도 골라 설치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조형물처럼 말입니다.


저 70년대 느낌 물씬나는 저 기념비는 중구가 중구청 앞에 자랑스럽게 만든 ‘효 헌장탑’입니다. 중구는 노인 인구비율이 다른 구보다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네 구를 ‘효 특구’로 선포하고 효 문화를 창달하겠다며 효헌장을 만들고, 저 헌장탑도 만들었습니다. 

그 취지는 좋다하겠으나 그 모양은 실로 상상력을 단호히 거부한 모양입니다. 효 헌장탑이라고 모양 자체가 한글 ‘효’자 모양입니다. 조형물 표면에는 한자 효자를 한글자 큼직하게 달았습니다. 뒷면에는 효헌장 제정위원들 이름을 잔뜩 새겨놨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 옆에도 다시 그 명단을 따로 조형물로 만들어 세웠습니다. 조형물 하나 잘 만들면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인데 완전 거꾸로군요.
 
가장 요란한 간판은?
 
이 분야는 한국에선 아주 경쟁이 치열합니다. 간판을 우리나라처럼 크고 요란하게 만드는 나라도 드무니까요. 지금까지 본 간판 중에서 가장 화끈한 간판을 소개합니다.


바다 구경 나들이 코스로 인기좋은 제부도 횟집타운 간판입니다. 간판이 크고 요란하다고 하는데 이건 간판이 아니라 거의 메뉴판을 확대해 달아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이 동네는 모두 이런 간판으로 달았는데 정작 다들 요란해서 어느 집 간판이 어디까지인지 구별조차 안됩니다. 
 
가장 우아한 간판은?
 
간판이 크기대로 효과를 낸다면 간판이 아니겠죠. 작아도 사람을 사로잡는 간판도 있습니다. 그런 사례로 서울 인사동에서도 가장 예쁜 이 목인미술관 간판을 꼽고 싶네요. 


가장 간지나는 경비실은?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경비실은 전통건축으로 디자인해 그 모양이 근사합니다. 작은 부속건물 하나도 품격과 정성을 더하면 얼마나 주인공처럼 멋있어지는지, 그리고 그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는지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가장 작고 효과좋은 조각은?
 
서울 동대문 굿모닝 시티는 건물은 전형적이고 특색이라곤 없는 전형적인 상업건물입니다. 그런데 그 주변 길은 정성껏 꾸몄더군요. 바로 이 부엉이 조각들로 포인트를 뒀습니다. 작아도 눈길이 가는 귀엽고 재미있는 조각입니다. 작은 정성 하나로도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돈독이 오른 지하도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 지하도는 늘 래핑 광고를 합니다. 지하도 벽면 전체를 광고 프린트로 덮는 것이죠. 다행히 글로벌 유명 업체들이어서 광고가 세련되고 디자인이 폼이 납니다만 그래도 도시 환경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보행자들을 혼란하게 만드는데다가, 공공 공간인 지하도 전체가 광고판이 되어버리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광고 공해시대를 잘 보여주는 지하도라 하겠습니다. 서울시는 그런 것 상관없이 광고 수익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가장 광고가 봐줄만한 지하도는?
 
명동의 또다른 지하도 을지로입구역 하나은행 쪽 출구는 벽면이 하나은행 광고로 도배를 했습니다. 면적은 넓은데 그래도 광고의 아이디어가 괜찮고 이미지가 귀여워 봐줄만 합니다. 영국의 미술가 줄리언 오피는 사람 얼굴을 동그라미로 처리하기로 유명한데, 이 사람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로군요. 공공미술 작품이라고 해도 속을만한 광고입니다.
 


가장 낙서가 많은 지하도는?
 
거리 미술인 낙서, 그래피티는 젊은이 문화의 상징입니다. 미술과 젊음의 메카 홍대가 거리미술의 메카가 된 것은 그러니 당연하겠죠. 홍대 일대는 곳곳이 거리벽화 전시장인데, 청기와주유소 앞 지하보도는 그 백미입니다. 관리하는 쪽에서도 일부러 지우지 않는 듯합니다. 좀 정신은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못볼 홍대 문화를 느끼게 해주는 점에서 가볼만 합니다.
 

 
가장 집념어린 낙서는?
 
낙서는 아무렇게나 마구 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낙서는 낙서하는 사람의 집념과 한이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크더군요.
 


저 글씨 하나 하나가 사람만 합니다. 서울 신문로 한글회관 앞 골목 속입니다.
 
가장 앉기 미안한 벤치는?
 


자세히 보면 사람 입이 받침대입니다. 그 표정은 즐겁습니다만, 왠지 남에게 못할 짓(?)하는 느낌이 들어 앉기가 꺼려지는 벤치입니다. 이 벤치는 조각가 고 구본주씨의 작품입니다. 저 벤치 조각은 연작 시리즈로, 이 사진속 것은 서울 북촌미술관 앞에 전시한, 그러나 앉아도 되는 것이랍니다.
 
한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가로등은?
 
바로 이 가로등입니다. 이국적인 이유는, 이 가로등이 물건너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다른 나라 가로등인 거죠.
 


그런데 가로등 앞에 왠 곰이며 저 허물고 남은 벽은 뭐냐구요?
 
서울 청계천에 이 가로등은 제법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저 뒤의 벽은 진짜 베를린 장벽의 일부입니다. 독일이 통일되면서 베를린 장벽을 잘라서 한국에 기증했습니다. 독일 통일 되기 전 사람들이 저 벽에 소망의 글을 써놓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저 가로등은 독일 전통적 가로등으로 100년 가량 된 것입니다. 벽과 께 서울에 왔습니다.

남은 곰은 뭐냐, 곰은 베를린의 상징이지요. 그래서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이 황금곰이잖습니까? 저 곰은 두 도시의 우정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두 도시 시민들 모습을 그려넣었습니다. 저 베를린 장벽과 베를린 가로등 옆에는 베를린 보도블럭을 깔고 베를린 벤치도 놓았습니다. 참, 베를린에도 똑같이 작은 서울 공원을 만들었다고하네요.
 
가장 근사한 꽃길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거리 전체 바닥에 꽃을 심어 잘 가꾸는 길이 있습니다. 서울 경복궁역 부근 경복궁 담 옆 통의동 길입니다.

  
가로수 주위마다 저렇게 꽃을 정성껏 심었습니다. 그래서 거니는 맛이 일품이지요. 서울 대표 공간이자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이어서 신경을 안쓰면 오히려 곤란한 곳이긴 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 거리의 길이가 짧다는 점. 그래도 잠시 산책하기에는 강추입니다. 

가장 귀여운 엘리베이터는? 

경기도 디지털콘텐츠진흥원이 문화콘텐츠 업체들에게 저렴하게 작업 공간과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빌딩 엘리베이터입니다. 만화의 도시 부천에 있고, 콘텐츠 업체들이 밀집한 건물 답게 캐릭터로 엘리베이터를 꾸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