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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간 타지마할도 있다 2009/03/19
    도시 속 탐험하기 2018.10.15 16:10


     

    멀리 문이 보인다. 양쪽으로 망루 같은 것이 달려있고, 가운데로는 하얀 돔이 야트막하게 올라와 있는 문이다.

     



    잘 정돈된 길을 따라 문쪽으로 향한다. 가까이 갈수록 문이 커진다. 그런데, 문 앞에 다다르니 문 위로 솟아있던 하얀 돔이 사라졌다. 어떻게 된 걸까? 

    지붕 위로 보이던 하얀 돔은 저 문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실은 문 안쪽에 있는 건물의 지붕이었던 것이다. 문 안으로 들어가면 그 돔의 주인 건물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이 건물, 후마윤 묘다.

     



    후마윤묘는 인도 델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이다. 인도 무굴제국의 2대 황제 후마윤의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인도의 중요 명소다. 

    건물은 빨간 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는 전형적인 무굴왕조 건축물로, 그 모양이 인도의 자랑인 타지 마할과 정말 닮았다. 얼핏 보면 타지 마할에 빨간 칠을 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면 이 후마윤묘와 타지 마할이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비교해보자.

     



    자세히 보면 다른 곳들이 있다. 우선 돔이 타지마할이 더 봉긋하다. 그리고 후마윤 묘는 네 귀퉁이 기둥이 없다. 그러나 이런 몇가지를 빼면 두 건물은 쌍동이처럼 닮았다. 

     

    어떤 것이 먼저 지은 것일까?

    후마윤 묘가 먼저였다. 후마윤묘를 지은 사람은 후마윤의 부인인 왕비 하지 베굼이었다. 후마윤이 세상을 떠난 뒤 1565년 이 건물을 짓는다. 타지 마할은 후마윤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 그러니까 후마윤의 증손자인 5대 황제 샤자한이 자기 아내가 먼저 죽자 그리워하며 지은 건물이다. 1654년 완공했다. 후마윤묘보다 90년 정도 뒤에 지은 건물이다.

     

    두 건물이 비슷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후마윤묘는 인도 건축의 걸작 타지 마할에 많은 영향을 끼친 원조 건물이다. 무굴제국의 건축양식이 이 후마윤묘에서 시작해 타지마할에서 완성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후마윤묘가 타지마할과 다른 점이 있다. 완벽한 정사각형 부지의 정 가운데에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점이다. 타지마할은 뒷쪽이 강가여서 뒷편은 정원이 아니다. 후마윤묘는 완벽한 밭 전(田)자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은 어느 쪽에서 봐도 그 모양이 똑같다.



     

    왼쪽에서 본 모습이다. 아까 사진과 아무 차이가 없어보인다. 자세히 보면 뒷쪽으로 공사중이어서 비계를 설치한 것을 알 수있다. 그것만 빼면 똑같다.

     

    후마윤묘 정원은 무척이나 정갈하다. 땅도 건물도 인도의 붉은 흙빛이다. 나무는 많이 심지 않고 중간 중간 큼직한 것들이 버티고 있다. 극도의 기하학적 공간이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공간에 저 건물 하나가 공간 전체를 지배하며 가운데에 솟아 있다. 화려하면서도 질박한, 거대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묘한 건물이다. 

     

    이제 건물의 기단 위로 올라가 내부로 들어가보자. 기단의 길이는 정확하게 90미터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후마윤묘의 붉은 빛이 서로를 더욱 도드라지게 강조해준다. 

     



    인도 건축물들은 창문을 정교하게 세공한 것이 특징이다. 후마윤묘의 창문들은 그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안에서 보면 잔 모양 구멍 너머가 마치 망사로 보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은 커도 내부는 사실상 하나의 커다란 방 뿐이다. 왕의 무덤이 있고, 왕의 부인들 무덤들이 그보다 작은 방들에 마련됐다.




    입구 천장의 정교한 장식.

     



    후마윤묘는 타지마할처럼 압도적이지 않다. 그 크기도 작고, 정원의 조경도 훨씬 단순하다. 그러나 타지마할 못잖은 후마윤묘만의 감동이 있다. 타지마할을 가보지 않고 이 곳만 봤다면 인도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문화 유적지긴 하지만 가족 공원처럼 어슬렁 어슬렁 거닐며 보기에도 좋다. 



     

    그리고 이 후마윤묘 말고도 다른 무덤 건물들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인도 건축의 아름다움을 맛보기에 충분한 멋진 건물들이다. 옛날 현자들, 왕족들의 무덤들이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건물들로, 일부는 무너지기도 해서 세월이 무상함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래도 그 자체로 예쁘고 이 곳 전체를 지배하는 부드러운 적막감이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델리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가보기를 권한다. 타지마할 못지 않다고, 타지마할보다 부담스럽지 않아 여러번 가기에는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나 역시 감동은 보장한다.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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