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구의 세계

착각을 해줘야 고마워하는 그림들 2008/04/13

딸기21 2018. 9. 2. 20:04

요즘에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2월말에 이곳에 뭔가가 생겼습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가다보면 바닥에 보이는 바로 저것입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드디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림입니다. 


돌고래가 갑자기 땅바닥에서 튀어오르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 각도에서 보도록 특별히 그린 ‘착시화’입니다.




저 돌고래 그림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림 조금 앞쪽에 발자국 표시를 그려놓아 그림을 보는 장소를 지정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그림일까요.




이번에는 즐겁게 춤을 추는 비보이들의 무대를 그렸습니다. 계단과 지하철 입구를 그려 착각하게 만드려는 그림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2월말쯤 갑자기 등장한 저 그림들은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로 공모한 ‘착시화 부문’ 선정작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앞과 월드컵경기장역 앞 청소년 광장 두 곳에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는 착시화를 그리기로 해서 응모 받은 작품들 가운데 골랐습니다.


저 두 그림은 김민규, 노정주 두 작가의 작품으로, 6월말까지만 있게 되는 ‘시한부 운명’인 그림입니다. 쉽고 간단해보여도 보기보다는 돈이 좀 들어갑니다. 선장작 지원비가 2500만원이었습니다.  


저 착시화를 즐기는 법은은 2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너무나 당연하게 그냥 보는 겁니다. 보고 재미있으면 ‘재밌구만’하고 생각하고, 별로라면 ‘뭐 그냥 그러네’하고 마음 가는대로 느끼면 됩니다.


두번째는 보다 확실하게 즐기는 법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마치 작품속 주인공처럼 보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입니다. 원래 저런 공공미술은 관객들이 작품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진정한 목표이므로 사진을 찍는다면 작품과 진짜 교감을 하게 되는 셈이자 작품으로선 존재 의미를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 착시화는 사실 서양회화에선 어엿한 장르로 제법 오래된 분야입니다. 


정식 이름도 따로 있습니다. ‘트롱프뢰유’(trompe-l‘œil)라고 하는데 ’속임수 그림‘이란 뜻입니다. 2차원을 3차원으로 만들어버리는 회화지요. 특히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장르입니다. 재미있으니까요.


이 트롱프뢰유의 최고 묘미는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세종문화회관 앞 착시화는 지나치게 고전적인 느낌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아마추어적인 풋풋함을 대전제로 한다지만 재미는 좀 덜하군요.


서양에선 이 착시화가 많이 발달했고 유형도 다양합니다.


바닥에 그리는 착시화는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것이고, 건물 벽이나 각종 기물에 그리는 그림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시도합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합성 논란도 일었을만큼 화제가 된 건물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건물이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실감이 일품입니다. 저 황당한 건물은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가 저렇게 생긴 것은 아니고 표면에 그림을 씌운 것이군요.


그러면 다양한 트롱프뢰유들을 한번 보시죠.


 



배수구 입구와 철제 기둥을 엮어 그린 그림이 웃기는군요. 철제 봉이 담배 꽁초가 되도록 만든 아이디어가 눈을 끕니다. 그 오른쪽 사진은 사람이 건널목에 서서 착시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아이디어는 분명 재미납니다.


이런 착시화를 프랑스말인  ’트롱프뢰유‘라고 해서 왠지 학술적이고 그럴 듯해보이지만 사실 뭐 별 대단한 것은 아니죠. 실제 우리 생활속에서 익히 잘 아는 것들이라고 하겠습니다.


멀리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아래 저 아저씨 사진속 티셔츠같은 것들이 우리도 자주 만나는, 그래서 더 즐거운 생활속 속임수 그림들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