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지고 놀기 26

올해 최고 만화, 고르는게 고문이네 2008/07/26

최근 부천만화상을 심사하러 다녀왔습니다. 이럭저럭 만화와 오랜 인연을 맺어오다보니 가끔 만화에 점수 매기기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만화 심사라는 것이 괴로운 일입니다.이론적으로 심사는 좋은 것을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심사하는 처지로선 좋은 만화를 안타깝지만 눈 질끈 감고 밀어내야 하는 읍참마속의 과정입니다. 이번 부천만화상 심사도 수많은 작품들을 놓고 도대체 뭘 탈락시켜야 할지 괴로운 고민을 실컷 해야 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나온 최고 만화를 뽑아라 부천만화상은 대한민국만화대상과 함께 가장 큰 양대 만화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만화대상은 대통령상, 장관상 등으로 수상자를 정하고, 대상에 1천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반면 부천만화상은 대상이 50..

2007년 멋대로 뽑아본 최고, 최악의 추리스릴러 2007/12/31

‘문자 중독증’을 앓다 보니 지하철에서 읽을 거리가 없으면 불안해 합니다. 제 경우는 추리소설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끼고 사는 편입니다. 미스터리물을 즐기는 이유는 당연히 좋아하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영화가 싫증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워낙 많이 나와서 읽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추리소설 안나오나 기다려도 안내던 출판사들이 요즘엔 너도나도 펴내는군요. 저로서야 즐거운 일이지요. 2007년에는 특히 많은 추리스릴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해 동안 저를 즐겁게 해준 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혼자 정리해봤습니다. 기준은, 당연히 제맘대로입니다. 혹시 “왜 이 소설은 뺐냐”고 항의를 하시면, 정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읽을거리를 추천해주시는 것이니까요. 그런 항의 많이많이 해주세요. 요코야..

한국만화와 일본만화의 차이는? 2007/12/22

해마다 5월이 오면, 따사로운 봄볕 아래 뜻밖에도 화형식이 열렸다.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량만화’들을 모아 불사르는 행사였다. 만화가들은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다같이 불량만화를 퇴치하자는 선서를 했다. 불과 20여년 전까지 이런 화형식이 열렸다. 하이네는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될 것”이라 경고했는데, 한국에선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만화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화형식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한국 만화는 핍박을 참아가며 성장했다. 한편에서는 만화를 스스럼없이 불태웠고, 다른 한편에서는 만화가 산업이자 장르로 자리잡아 갔다. 70년대가 되기 1년 전인 1969년 등장한 최초의 스포츠신문이 독자들을 사로잡은 ..

책의 세계5-선진형 출판 장르 ‘평전’의 세계 2007/11/11

“평전이란 무엇인가.” 고 조영래 변호사의 일생을 그린 을 둘러싸고 지난해 벌어졌던 논쟁은 처음으로 우리 출판계와 독서대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평전(評傳)이, 그것도 거의 가뭄에 콩나듯 했던 국내 인물을 국내 지은이가 쓴 평전이 출판계 뉴스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당시 논란은 안타까우면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평전이란 장르는 우리 독서계에서 자리잡지 못한 장르였다. 논란은 조 변호사의 유가족들이 지은이 안경환 교수(서울대 법대)가 “고인의 사상과 인물됨을 왜곡하고 있고,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이어 권인숙 명지대 교수가 이 책이 사실을 왜곡했으며, 안 교수가 자신의 사상적 틀에 조영래를 끼워 맞추고자 했다고 비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에 지은이 안경환 교수는 “평..

책의 세계4-자서전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2007/10/30

자서전처럼 분명한 자기 자리와 형식을 가지고 있는 글 양식도 드물다. 개인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고, 과오와 고생 그리고 성공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자서전은 서양의 경우 고대 로마 때부터 이라는 양식으로 발표되며 문학장르의 하나로 구축되어 이어져왔다.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서전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산문이 부진한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자서전은 가장 ‘장사 안 되는’ 아이템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흐름 속에서도 어느 시대나 자서전은 꾸준히 발표되고 또 독자들의 호응을 얻는 자서전들도 계속 이어져왔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들은 모두 당대의 사회상과 동시대인들의 욕망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강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자서전은 어떤 책이 성공하면 곧바로 아류 자서전들이..

책의 세계3-치열하고 치사한 책 제목의 세계 2007/10/25

출판사 황금부엉이는 2006년 미국의 인터넷 검색기업 구글의 성공비결을 다룬 책 을 펴내면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특별한 ‘편집 후기’를 덧붙였다. 황금부엉이가 펴낸 책과, 앞서 나온 다른 출판사의 구글 관련 책의 ‘제목’에 대한 뒷이야기를 밝힌 것이다.황금부엉이는 의 원래 제목인 ‘구글 스토리’(The Google Story)을 한국판에서도 제목으로 쓰고 싶었지만,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현 랜덤코리아)이 앞서 다른 구글 관련 책 를 지난해 말 펴내면서 ‘구글 스토리’란 이름을 임의로 사용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책 제목 따라하지 마란 말이야황금부엉이가 이처럼 굳이 제목에 대한 별도 자료까지 낸 것은 책 제목만큼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의 입장에서는 기억하기 쉽고 강렬한 책 제..

책의 세계2-명예로 승부하는 책들 2007/10/15

출판사 학고재가 출판사 등록을 마친 지 얼마 안 된 신생출판사 시절이던 지난 91년 어느 날 밤, 우찬규 사장은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동석했던 한 미술평론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연신 술잔을 기울이던 그 미술평론가는 우리나라 문화재 연구계의 태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전집이 상업성 때문에 출판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을 계속 토해냈다. 출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팔릴 책은 아니었고, 본전조차 건지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미술과 우리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꼭 필요한 책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다. 밤새 고민한 끝에 우 사장은 일을 저질러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이듬해 다섯권짜리 은 세상에 선보였다. 창비의 자존심 책이..

데뷔 100년 두 탐정 영웅을 기립니다 2007/08/03

100년이란 숫자는 의미심장합니다. 그래서 100년을 기념하는 것이겠지요.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 올해를 맞아 100주년을 기념해주고 싶은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올해로 데뷔 100년을 맞는 `탐정 영웅'들입니다. 1887년, 제왕 탄생하다 추리팬들에겐 익숙한 이야기겠지만, 추리소설 역사에서 중요한 연도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꼭 120년과 100년 전인 1887년과 1907년, 그리고 96년전인 1911년입니다. 1887년은 바로 추리소설의 대명사 ‘셜록 홈즈’가 등장한 해입니다.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이 해 란 작품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 주인공 셜록 홈즈를 선보입니다. 지금도 전세계 어린 세대들이 셜록 홈즈를 통해 추리소설과 만납니다. 탐정이란 말에..

한국에 스카웃된 일본의 만화서점맨! 2007/07/24

안녕하세요? 근무시간에 만화를 봐도되는 구본준 기잡니다. ‘만화’ 를 담당하거든요.^^ 얼마전에 만화 전문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올 봄 문을 연 서울 상도동 ‘코믹 커즐’이란 서점입니다.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만화전문출판사 학산문화사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의외로 만화전문서점이 적습니다. 서울에도 홍대앞 한양TOONK 등 몇곳 되지 않는데, 코믹커즐이 새로 생겼으니 만화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서점을 찾아간 것은 이 곳에 ‘새로 오신 점장님’이 독특한 분이란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만화전문매장 전문가를 학산문화사 황경태 사장이 직접 스카웃했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하러 갔던 것입니다. 바로 이분이 일본에서 스카웃 되었다는 노다 마사토 부장입니다. 일본 서점맨이..

추리작가들에게 이런 작품이? 2007/04/08

유명 추리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들 이언 플레밍(1908~1964). 그 이름만 들어도 ’007’을 떠올리게 되는 20세기 최고의 스파이소설 작가로 플레밍은 일세를 풍미했다. 그가 정보부에 근무한 경험을 살려 만들어낸 제임스 본드는 1953년 첫 소설 [카지노 로열]부터 등장해 1964년 그가 숨지기 전까지 모두 14편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소설로, 그리고 영화로 전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병상에서 아들에게 들려준 얘기 그렇다면 이 플레밍이 남긴 마지막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숨진 1964년 나온 소설은 뜻밖에도 스파이 소설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현대판 동화같은 소설이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이자 ‘사람처럼 말하는 자동차’ 이야기였다. 바로 이다. (김경미 옮김·열린책들 펴냄)이 국내에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