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도 그랬겠듯, 나 역시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이 작품 사진을 보고 바로 그의 팬이 되었다. 뭐랄까, 정말 말 없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얼굴이었다. 이란 작품 제목과 권진규란 작가의 이름이 그냥 뇌리에 박혀버렸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고등학생이었기에 더욱 저 작품에 반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저 작품 사진을 봐도 늘 똑같은 울림이 느껴졌다. 언제나 조각가는 권진규가 최고라고 생각했다. 자코메티를 봐도, 로댕을, 부르델을 봐도 권진규처럼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진 않았다. 나중에 이 작가가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알았다. 교과서에 작품이 실렸으니 최고로 인정받으며 성공한 작가였으리라 막연하게 추측했는데, 그에 대해 나온 글들은 권진규를 `비운의 천재' `비극의 주인공'으로 묘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