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경복궁에 중국 건물이 있다고? 2009/06/04

경복궁의 북쪽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미지의 영역입니다. 경복궁의 가장 은밀한 곳, 잘꾸민 정원이 있던 이 북쪽 후원 일대는 복원과 보수 작업 끝에 최근에야 개방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독특한 건물들이 조용히 우리 곁에 돌아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향원정에서 더 위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이 건물, 한번 보시겠습니다. 자세히 보면 하나로 이어진 세 건물입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저마다 확연히 다릅니다. 온쪽부터 팔우정, 집옥재, 협길당입니다. 이 튀는 세 건물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가운데 집옥재입니다. 한옥 건물이 다 비슷비슷해 그 차이를 알아보기가 무척 어렵지만, 이 집옥재는 누가 봐도 어딘가 다른 궁궐 건물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우리 조선식이 아니..

건축과 사귀기 2019.11.13

[삼삼한 전통건축] 경복궁 속 숨은 미스터리 궁궐 2009/05/30

경복궁 북쪽에 숨어있는 ‘궁궐 속의 궁’ 건청궁 오랫동안 가보고 싶어했던 곳 중 하나가 건청궁이다.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궁, 궁안의 궁, 경복궁 속 별궁, 궁궐인데도 일반 살림집으로 지은 궁,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기가 켜진 궁, 그리고 명성황후가 살해된 궁, 바로 그 건청궁 말이다. 이 궁이 올해 1월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지은 것은 2006년이었으나 인터넷 예약 방문만 하루 3회씩 받다가 이제야 문을 활짝 열었다. 빨리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고만 있던 이곳을 오늘에야 드디어 갔다. 직접 본 건청궁의 느낌은 사진으로만 보며 생각했던 예상과 매우 달랐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을 직접 보는 것 자체가 편치 않았다. 너무나 잔인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의 내막을 다시 한번 떠..

건축과 사귀기 2019.08.07

[삼삼한 전통건축] 청와대 앞 ‘왕따문’에서 전두환의 기억을 떠올리다 2009/05/27

빛나리 대통령 또 나간단다, 깃발 흔들어라 지금에야 이런 풍경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고 들어오면 대통령 지나가는 길가에 중고등학생들이 줄지어서서 깃발을 흔들었다. 외국 대통령이 한국에 오면 훨씬 더 많은 동원되어 ‘환영하는 척’을 해야 했다. 청와대 주변에 있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유독 많이 겪어야 했던 군사독재 시절의 풍경이다. 동원 당하는 학생들로선 짜증 제대로였던 이 짓거리는 70년대 박정희 시대보다 80년대 전두환 시대에 더 극성스러웠다. 사람 죽여가며 쿠데타로 집권한 정통성 빵점짜리 정권이니 자격지심에 오히려 더 대통령 권위 세우기를 좋아했고, 또 그래서 외국 국가원수들을 참 자주도 불러들였다. 여기에 세계 외교판에서 북한과 경쟁을 심하게 벌이던 때여서 더욱 그랬다..

건축과 사귀기 2019.07.02

기념비로 만든 책장, 미술관이 소장한 의자 2009/05/19

정말 이런 책장이 있구나...! 해냄이란 출판사가 있다. 대부분 이름을 아실만한 유명 출판사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을 내는 출판사로 유명하고, 이외수 등 많은 베스트셀러작가의 책을 낸다. 서울 홍대앞에 있는 이 출판사에 우연히 들렀다가 가장 놀란 것이 바로 편집부에 놓여있는 거대한 책장이었다. 해냄 사무실은 1층과 2층이 건물 안에 한공간으로 뚫려 있는데, 그 2층 천장까지 닿는 높이로 책장이 거대하게 우뚝 솟아 있었다. 내가 찍었던 사진을 찾지 못해 블로그 ‘맛있는 토스트BOOK’에서 책장 사진을 퍼왔다. 책과 출판사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가 많은 흥미만점의 블로그다. 저 사진에 잘려 안나온 위쪽으로도 책장은 더 올라간다. 직접 보면 대단히 높다. 저 책장을 처음 보았을 때 누구나 마음 속에 현실적..

건축과 사귀기 2019.06.26

한국 모델하우스, 디자인 상 타다 2009/05/02

한국 특유 건축장르, 모델하우스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 집을 이상하게 사고 팔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상품인 집을 짓기도 전에 견본만 보여주고 파는 파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토건 마피아가 결속되어 건설 경기로 내수를 지탱한다는 논리로 언론과 관청과 결탁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에서나 보편화된 현상일겁니다. 외국은 집을 지어놓고 파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니 모델하우스는 한국에서 아주 발달했습니다. 시내 한 가운데에 으리으리한 모델하우스를 지어놓는 것은 무척이나 한국적입니다. 요즘 건설회사들 모델하우스, 정말 화려합니다. 그 비용, 물론 모두 아파트 분양가에 고스란히 들어가겠죠. 어찌됐든 이 모델하우스는 요즘 디자인과 건축의 첨단을 보여줍니다. 가장 비싼 상품에 관한 것이니 가장 ..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이 건물이 한국 최고 걸작인 진짜 이유 2009/04/29

대한민국 최고 건축물, 왜 늘 공간사옥을 꼽는 걸까? 건축 전문가들이 꼽는 ‘대한민국 최고 현대 건축물’에서 늘 1등으로 꼽히는 건물이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있는 건축설계사무소 공간의 사옥이다. 한국 건축가 1세대 최고 스타 고 김수근이 자기 사무실 건물로 온갖 정성을 다해 지은 빌딩으로, 김수근의 수많은 건물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건물을 처음 봤을 때는 왜 이 건물이 우리나라 현대 건축물 중에서 으뜸인지 궁금했다. 분명 겉에서 본 모양은 멋있었다. 그러나 건물이 웅장하고 큰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모양이 희한해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아니었다. 좀 어딘가 다르고 분위기 있는 건물이란 느낌은 확실했다. 그러나 다른 건물들보다 이 건물이 ‘위대한’ 이유는 처음 보고선 잘 알 수가 없..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증오의 성, 아그라 포트 2009/04/25

아그라 포트, 아버지와 아들이 원수가 된 성 인도의 유명 관광도시 아그라는 영국이 인도를 삼키기 전까지 인도를 지배한 무굴제국의 수도였다. 아그라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타지마할이다. 그래서 정작 아그라란 이름이 붙은 아그라성은 타지마할의 화려함에 가려져 있다. 아그라성은 타지마할과 짝을 이루는 건물이다. 야무나강을 사이에 두고 타지마할과 마주 보고 있어 타지마할을 보는 또다른 포인트다. 이렇게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이 성에는 무굴제국의 지독하고 기구한 옛이야기가 숨어있다.(*** 사진을 누르면 더 크게 볼 수 있음) 다른 인도 건축물처럼 붉은 사엄 건물인 아그라성은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악바르가 지었다. 성벽 높이가 20미터에 이르며 성 둘레를 크고 깊은 해자가 두르고 있다. 동서양 모든 성들이 방어를 위..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건물이 마법을 부릴 때-이화여대는 저녁에 가야 한다 2009/04/22

건물이, 아니 도시가 가장 아름다워지는 ‘마법의 순간’이 있다. 빛이 마술을 부리는 시간, 바로 해질녘이다. 지저분한 것들이 어느 정도 어둠에 가리고, 하늘은 온갖 색깔로 황홀하게 물든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다. 하늘을 온갖 빛깔로 물들인 저녁 햇빛과 반짝거리는 인공 조명이 공존하는 이 순간에 특히 아름다운 것이 바로 현대 건축물들이다. 건축물만 전문으로 찍는 프로 사진가들의 건축 사진을 보면 이 해질녘 사진이 반드시 들어간다. 유리로 표면을 처리하는 현대 건물, 이른바 ‘커튼 월’ 건물들은 이 순간만은 정말 보석이 된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 사진가 박영채씨는 “참아야지, 하다가도 이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미친듯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고 말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 아름..

건축과 사귀기 2018.12.31

[만만건축 9회] 5공화국의 초대형 개선문 프로젝트 사연은? 2009/03/24

개선문 짓다가 나라가 망한 황제를 아시나요? 카레라이스빛 개선문이랄까? 거대한 문이 눈 앞에 버티고 서있다. 정말 큼직한 덩치다. 인도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인디아게이트다.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가장 넓은 길인 대통령궁 앞길 끝에 이 거대한 문이 서 있다. 절로 떠오르는 파리의 개선문과 비교해보자. 개선문계의 간판스타, 통칭 파리 개선문, 정확히 에투알 개선문이다. 1836년생이니 지은 지 170년 넘은 근대의 산물이다. 나폴레옹의 똥고집과 과시욕이 만들어낸 거대한 문이다.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문이다. 과연 높이는 얼마나 될까? 한번 가늠해보시라. 정답은, 49미터. 그러니까 한 50미터쯤 된다고 보면 된다. 저 개선문을 직접 봤을 때 개인적인 느낌은 ‘뭐 그냥 그렇군’이었다. 예상 이상으로 감동..

건축과 사귀기 2018.11.25

[만만건축 8회] 김일성과 간디의 차이-진정한 영웅의 무덤은? 2009/03/14

러시아가 아직 소련이었던 1991년, 약간은 충동적으로 연수에 가까운 유학을 떠났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으로 적성국가였던 이 나라와 수교는 되었지만, 러시아로 가는 한국인은 실로 드물었던 시절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홍역을 앓기 시작하고 있었다. 격변기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던 러시아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오랜 애증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기존 이념을 혐오하면서도 새로운 이념과 변화에 대한 기대 못잖게 공포와 당혹감을 느끼던 그 때 러시아 사람들이 떠오른다. 기이한 체험이었던 레닌의 묘 공산주의 나라란 뿔달린 도깨비들 나라처럼 생각하던 시절 공산주의의 맹주 소련에 살게 된 나는 공산주의의 실체에 대해 많은 것이 궁금했다. 정말 듣던대로일까, ..

건축과 사귀기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