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귀기 72

네덜란드의 별난 정자-한국은? 2009/09/22

# 노아의 방주 말고 프리슬란의 방주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프리슬란. 네덜란드 땅을 혈관처럼 잇는 운하들이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동네입니다. 지난해 이 프리슬란에 새로운 것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강물 위에 둥실 떠있는 저 하얀 것, 도대체 무엇일까요? 잠수함 같기도 하고, 길쭉한 얼음집 이글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고 이상한 저 구조물은, 그래도 `세계 유일의 건축물'입니다. 자, 이 건물은 방주입니다. 그러니까 배인 것입니다. 저렇게 땅에 붙어 있어도 연결을 풀고 배에 매달면 여기저기 끌고 다닐 수 있습니다. 구조는 실로 간단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큰 통이라고 하겠습니다. 설계도도 참고하시지요. 저 건물의 이름은 프리슬란 방주입니다. 어디에 쓰는 건물일지 처음엔 짐작하기 어렵..

건축과 사귀기 2021.03.09

한국에서 가장 슬픈 문, 그래도 가장 멋진 문 2009/08/22

광화문보다 흥례문을 보라, 잠시 만이라도 사람들은 2등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궁궐문들도 마찬가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궁궐은 문이 여러 개다. 그러나 스타는 늘 정문뿐. 두 번째 문은 궁궐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치듯 지나쳐버린다. 조선 법궁 경복궁의 문도 마찬가지다. 경복궁 안에 수많은 문이 있지만, 누구나 그 이름을 기억해주는 문은 정문이자 남문인 광화문뿐이다. 조금 더 관심이 있어야 동문인 건춘문, 서문 영추문, 북문 신무문 정도의 이름을 기억해준다. 하지만 경복궁에는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 수 못잖게 많은 문들이 있다. 이 크고 작은 문들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문이 있다면 단연 흥례문이다. 흥례문은 광화문 다음으로, 아니 광화문 못잖게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문이다. 건춘문·영추문·신무문..

건축과 사귀기 2020.12.22

[삼삼한 전통건축] 최고 얼짱 정자를 뽑아보세요 2009/08/19

창덕궁이 경복궁보다 가볼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일반 양반집들과 달리 궁궐이어서 훨씬 화려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한옥들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건물들이 여럿입니다. 창덕궁에서만 특별히 즐길 수 있는 건물 장르(?)로는 단연 정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창덕궁 하면 아름다운 정원과 숲이잖습니까? 그 경치를 즐기기 위해 만든 벽없는 건물인 정자와 루가 실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정자들 모양도 아주 독특합니다. 임금님이 즐겼던 그 정자들이 이젠 누구나 가서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 많은 분들께는 알려지지 못햇습니다. 그래서 창덕궁 7대 정자를 소개합니다. 하나하나 디자인과 분위기가 개성적인 독특하고 특별한 정자들이이서 우열을 가리기가..

건축과 사귀기 2020.10.04

왜 창덕궁에만 자유이용권이 있을까? 2009/08/14

“궁궐에도 자유이용권이 있어요”라고 하면 사람들은 뜻밖이란 반응들을 보이곤 한다. 오래 된 제도인데도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창덕궁 자유관람말이다. 창덕궁은 경복궁이나 덕수궁과는 관람제도가 전혀 다르다. 덕수궁이야 규모가 작아 도심 속 공원에 가깝고, 경복궁은 3000원에 언제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창덕궁은 더 비싸고 더 까다롭다. 창덕궁은 일반관람과 자유관람이 나뉘고 특별히 따로 신청해야하는 구역들도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왜 그럴까? 창덕궁이 더욱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즐기는 시민 입장에선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더 비쌀 가치가 있다. 그건 경복궁보다 더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목요일에만 즐길 수 있는 영화 2편 값의 사치 창덕궁..

건축과 사귀기 2020.09.17

[만만건축 11회] 꽃보다 절터 2009/08/10

나는 폐허에 탐닉한다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꼽으라면 두말 않고 폐허를 꼽는다. 건물들이 무너진 곳, 그 흔적만 남은 곳, 그런 곳들만 보면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하염없이 헤매고, 그냥 퍼질러 앉아 몇시간이고 앉아있고 싶다. 그래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페르세폴리스다. 정복자 알렉산더가 술김에 파괴를 명령했다가 다음날 그토록 후회했다는 그 곳. 페르세폴리스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고 파괴되었기에 더욱 가보고 싶어진다. 나라안에서는 당연히 가장 좋아하는 행선지가 폐사지, 그러니까 허물어진 절터다. 그 어떤 웅장하고 화려하고 고색창연한 절보다도, 잡초가 우거지고 부서진 돌조각들이 굴러다니는 폐사지가 좋다. 제 모습을 잃은 모습이 하염없이 쓸쓸해도, 온전한 것 하나 없어도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부서..

건축과 사귀기 2020.06.16

한강 다리에 달린 저것이 무엇인고 2009/07/17

변신하는 한강 다리들 다리처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축물도 없다.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곳은 왠지 다리여야만 할 것 같고, 도시의 낭만과 해질 녘 정경을 즐기려면 홀로 다리 난간에 기대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럼 서울에선 어떤 다리에서 그렇게 해볼 수 있을까? 그럴 곳이 있기나 한가 싶어 후보를 꼽기가 어려운데, 역으로 후보에서 빼야 할 다리부터 꼽기는 아주 쉽다. 스물 몇 개나 되는 한강다리들 말이다. 한강다리를 걸어 건너본 사람들은 안다. 어쩌다 한번 건너는 것은 분명 해볼 만한 경험이겠지만, 자주 할 경험은 절대 못 된다는 것을. 운명의 약속 장소를 정해야 한다면 30분 넘게 걸어야 할 한강다리보다는 차라리 3초면 건널 청계천 징검다리가 더 낫다. 왜 그럴까? 한강다리들에는 ‘휴먼 ..

건축과 사귀기 2020.06.03

서울에 남아있어 고마운 화랑대역 2009/07/08

역이란 무엇인가? 역 건축은? 그런 거대한 물음은 필요없다. 그냥 가서 보면 무언가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 느낌을 한번이라도 만나보는 것이면 족하다. 간이역은 그런 역이다. 거창한 볼 것은 없지만 작고 투박한, 그래서 더 귀엽고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간이역이라면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야 할 것 같지만, 지하철만 타도 쉽게 가는 간이역이 있다.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역이다. 집 부근이어서 늘 오가며 마주치는 이 역이 `명퇴'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화랑대역이 생긴 것이 1939년이니 올해로 꼭 70살.사람으로 치면 `고희'다. 70살은 예전부터 드물어 고희라는 말이 생겼는데, 간이역으로 70살 맞은 역은 정말 드물다. 그래서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역이다..

건축과 사귀기 2020.06.03

[만만건축 10회] 변신로봇이야 기차역이야? 2009/07/06

기차역. 철도여행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단순한 승합건물이지만 사람들은 다른 건물에선 느낄 수 없는 어떤 묘한 느낌을 기차역에서 느낍니다. 아무리 잘 지은 공항이라도 기차역처럼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진 못합니다. 기차역은 고단한 세상살이의 온갖 감정들이 극대화되는 공간이자, 떠남과 만남이 가져다주는 낭만이 뒤섞이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자신이 마법사란 것을 자각한 해리 포터가 어디에서 마법학교로 떠나겠습니까? 고속버스터미널? 국제공항? 어디론가 떠나는 소년 영웅의 출발점은 기차역이어야 합니다. 기차역처럼 낭만적인 공간도 없으니까요. 남들은 보지 못하는 또다른 출발점인 9와 4분의3 승강장에서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떠납니다. 기차라는 근대의 상징이 탄생하면서 함께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인 기차역은 도..

건축과 사귀기 2020.02.23

탐나는 휴게실, 더 탐나는 책장 2009/06/24

가끔 건축가들의 작업실을 엿보곤 합니다. 물론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건축가의 작업 공간, 그리고 책상입니다. 그러나 그 못잖게 흥미로운 곳들이 회의실과 휴게실입니다. 건축쟁이들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오히려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가본 설계사무소는 정림건축이었습니다. 정림건축은 일반인들에겐 그 이름이 낯설겠지만, 건축계에선 너무나 친숙한 이름이 정림입니다. 한국 건축계 최대의 설계법인으로, 온갖 굵직한 공사들을 도맡았던 큰 회사입니다. 청와대를 누가 설계했을까요? 바로 정림입니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국립 중앙박물관, 을지로 SK텔레콤 등에 세브란스 병원 등이 정림이 한 건물들입니다. 지금은 건설사와 파트너십으로 작업하는 더 큰 회사들이 생겼지만 여전히 정림건축은 건축설계법인..

건축과 사귀기 2019.12.03

일본 건축가가 한국에 남긴 퀴즈 같은 건물 2009/06/11

# 뭐냐, 이 당황스러운 건물은 서울 홍대 주차장 골목에 독특한, 그래서 이 동네서 나름 유명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일명 `두부 한 모 빌딩'. 네모 상자 모양 시멘트 빌딩이다. 희한하게 건물 외벽으로는 창문 하나 없고, 안쪽으로 중간 공간을 내서 창문을 다는 것이 디자인의 컨셉이었던 모양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경연장이랄 수도 있는 파주 출판도시에도 이와 비슷한 빌딩이 있다. 건물 껍데기에 아무런 장식은 커녕 디자인적 요소를 넣지 않은 것이 디자인인 건물이다. 이 건물, 동녘출판사 사옥이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이 동녘 건물이 있는 부근은 주변 건물들도 모두 시멘트 빛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건축 코디네이션이었다. 바로 옆 안그라픽스건물이며 앞 뒤 건물들이 모두 콘크리트의 물성을 강조하는 디자인들이다...

건축과 사귀기 20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