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가구의 세계

만화와 결혼한 돌계단 2007/12/20

딸기21 2018. 7. 4. 14:48

거리가구, 디자인 용어로 스트리트 퍼니처)에 관심이 많다보니 가끔 혼자 답사를 다니곤 합니다. 물론 멀리는 못다니고 기껏 가봐야 인천이나 부천같은 서울 근처일뿐이긴 하지요.


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도시는 인천입니다. 인천분들에겐 죄송합니다만, 좋은 의미에서 흥미는 아닙니다. 지나치게 과한 디자인, 또는 조악한 만듦새가 두드러지는 공공기물이 다른 도시보다 넘쳐나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천 중구청이 새로운 문화지대로 포장한 차이나타운은, 정말 다시 한번 인천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거리 전체의 이미지는 ‘가짜’였고, 색깔은 ‘폭력’으로 느껴질만큼 거셌습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눈에 거슬리지 않게, 또는 다양하면서 부드럽게 쓸 수 있을텐데, 온 동네가 코카콜라 캔처럼 시뻘건 느낌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인천차이나타운의 입구를 알리는 ‘패루’. 차이나타운은 사진으로 보면 그럴듯하지만 실제 보면 허접 그 자체다.


이런 이미지를 심어주는 주범 가운데 하나가 거리가구입니다. 상업지역의 스트리트 퍼니처는 관에서 발주했든 지역 번영회가 발주했든 모양이나 색깔이 과잉이기 쉽습니다. 쉽게 말하면 ‘촌스럽다’는 말입니다. 


이 인천 차이나타운은 그런 경향을 전국 그 어느곳보다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고 하겠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차이나타운 내부 골목. 중국 거리임을 나타내는 조형요소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오로지 지나치게 강한 빨강색만으로 거리 정체성을 표현해 눈이 피곤하기 짝이 없다.


이 지나치게 시뻘겋고 조악한 차이나타운 뒤쪽으로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왜 한국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중국사람들이 직접 세운 것도 아닌 공자의 석상이 들어서는지는 참 의문스러운 부분인데, 좌우지간 그 뒤로 언덕길이 이어집니다.


이 언덕길을 올라가는 돌계단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계단이면서 또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돌계단입니다. 이 돌계단을 다른 돌계단과 다르게 만든 것이 바로 공공미술입니다.



돌 계단 장식에 귀여운 만화를 그려넣음으로 해서 이 계단은 특별해졌습니다.


저 그림이 꼭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미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받을 듯합니다. 표정들이 저마다 달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본 악취미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표정같기도 하고, 장난기 가득한 악동 녀석 표정 같기도 합니다.



이 얼굴은 무슨 동자승 같군요.



이런 녀석도 있고,



요런 놈도 있습니다.



만화에서 뽑아낸 듯한 이 얼굴들이 어디에 붙어 있나 살펴보면서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평소보다는 덜 힘들지 않을까요? 사소한 것에서 만나는 재미, 그게 소중한 까닭입니다. 공공미술은 그래서 피로회복제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