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탐험하기

사진을 뒤지다 찾은 신기한 학교 이야기 2007/06/21

딸기21 2018. 6. 11. 14:44

하드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면 문득 뜻밖의 사진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올해 찍은 사진들을 지우고 정리하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진들을 찾았습니다.



설날 직후였던 올해 1월4일, 저는 ‘한국의 글쟁이’란 시리즈 때문에 대전 카이스트에서 정재승 교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사진 기자와 함께 대전에서 서울로 오던 도중, 경기도 화성 동탄에 들렀습니다. 이 곳에 있는 동탄초등학교 신리분교에 들러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습니다.

 


왜 교수님 인터뷰에 이어 갑자기 시골 분교에 갔느냐구요? 사진기자들은 하루에도 여러건의 사진 취재를 합니다. 거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갖가지 사진을 하루에도 수백장씩 찍는답니다. 저와 동행했던 김경호 기자도 이날 대전 취재를 마친 뒤 이곳 동탄초 신리분교에 들러 다른 취재를 하나 더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얼떨결에 쫄래쫄래 따라갔던 것이죠.


경기도 화성이면 수도권이니 아주 시골은 아니겠거니 여기기 쉽지만 ‘분교’란 말에서 눈치채셨겠듯 생각보다 덜 번화한 곳, 인구가 적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분교답게 신리 분교는 전형적인 예전 학교건물이되 마치 미니어처처럼 아담했습니다.


학교에선 이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김경호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취재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저 학생들의 ‘자전거’였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저 아이들 자전거가 보통 자전거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실 수 있을겁니다. 저 자전거, 바로 외발자전거!였습니다.




신리분교는 일명 ‘외발자전거’ 학교입니다. 학생들 대부분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독특한 학교랍니다. 그래서 저희 신문 스포츠팀의 박현철 기자가 이 학교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러 찾아갔고, 저도 얼떨결에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학교에 직접 내려서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외발 자전거를 탄다는 것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뭐, 독특한 자전거를 타나 보군.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보니 예상 이상으로 놀랍기 짝이 없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외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는데 “아니 저런 것을 어떻게 저렇게 잘 타는 거지?”란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일반 자전거와 달리 외발자전거는 체인이 없어 오로지 다리 힘만으로 바퀴를 굴려야 합니다. 그래서 무척이나 힘이 들어 보이는데도 아이들은 쉽게 쉽게 잘도 탑니다. 외발자전거는 모양이 두가지였는데,  바퀴 바깥쪽에 발판을 달아 더욱 힘들어 보이는 모델이 더욱 어려울 듯했습니다.



신리분교는 전교생 33명, 선생님 3분인 단출한 학교입니다. 이 학교 아이들이 외발자전거를 타게 된 것은 박상철 선생님이 2004년 학교에 외발자전거를 들여온 것이 계기였습니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타보고 싶어했고, 이후 절로 학교 모두의 취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갓 입학하면서 언니오빠 형누나들이 타는 모습을 본 1학년들도 알아서 외발자전거를 타기 시작작한답니다. 몇몇은 두발 자전거를 타보지도 않고 바로 처음부터 외발자전거를 배웠다니, 참 재미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박현철 기자의 기사를 보시길 )


아이들은 저희에게 자기들끼리 개발한 놀이를 몇가지 보여주었습니다.


일단 몸풀기 정도로 다같이 한줄로 탑니다. 


가볍게~ 운동장을 한바퀴 돌더니,


외발자전거 중에서도 무척 높은 자전거를 타는 고학년 두 명이 갑자기 멈춰 서서 균형을 잡고는 손을 잡습니다.



뭘 하는 걸까. 했더니 그렇게 두 키큰 외발자전고로 만든 대문 사이로 아이들이 졸졸졸 지나갑니다. 거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놀이 수준이더군요.



아이들은 멀리서 찾아온 기자 아저씨들에게 신이 나서 기술을 보여줍니다. 갖가지 자세와 구도로 사진을 찍는 김경호 기자도 “허허, 참 신기하네”라고 웃음지으면서 열심히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박현철 기자도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라보시는 박상철 선생님도 흐뭇한 표정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잘타네요”


“그럼요, 얼마나 빠른지 몰라요.”


문득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는지 박상철 선생님이 갑자기 박현철 기자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리 가장 큰 녀석하고 박기자하고 한번 운동장 한바퀴 돌기 자전거 시합을 해보시죠. 물론 박기자님은 두발자전거로, 우리 학생은 외발자전거로요.”


시합이 정말 될까요? 박기자도 웃으며 처음엔 사양했습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두발자전거하고 어떻게 시합을 해요?”


“아닙니다. 정말 빨라요. 한번 내기하셔도 좋습니다.”


반신반의하면서 박기자가 직접 시합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인 고학년 학생 키가 어린이 수준이 아닙니다. 요즘 어린이들 정말 큽니다. 거의 어른 못잖은 덩치입니다.


‘정말 외발자전거가 이기는 것 아냐?’ 구경하는 저도 궁금해집니다.


왼쪽이 박기자, 오른쪽이 5학년(이제 6학년이 되었겠지요) 대표선수 어린이.


“자, 출발!” 소리와 함께 두 선수, 바로 달려나갑니다.


그런데 외발 자전거가 의외로 짧은 순간 순발력이 좋아 초반에는 훨신 빠르게 앞서나갑니다. 외발자전거의 예상을 넘는 탄력에 놀란 박기자도 페달 밟는 발에 힘을 주어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자, 드디어 골인지점으로 선수들 달려옵니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박상철 선생님의 장담대로 외발자전거가 이겼습니다!

박기자가 봐준 것도 아닙니다. 외발자전거, 생각보다 빠르더군요.


물론 더 먼 거리였다면 힘이 덜드는 두발자전거가 이기겠지요.  그러나 짧은 단거리 회전 주로 경기에선 외발자전거가 밀리기는커녕 앞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아이들도 선생님도 저희도 모두 학교를 떠나왔습니다. 아이들이 하나씩 외발자전거를 타고 논밭길을 가는 모습이 보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이 동네에 처음 온 사람들은 무척 놀라지 않을까요? 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다니요, 상상 못할 노릇이지요.^^ 


이 외발자전거가 이 학교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뒤로 아이들은 무척이나 자신감이 생겼고 활달해졌다고 합니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도전해서 이겨낸 성취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어떤 어린이들은 쉽게 배우기도 하지만 2년씩 걸리기도 한답니다. 그런 도전에서 성공했다면 참 큰 용기가 생길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저 어려운 외발자전거를 저렇게 열심히 타는 것은 그만큼 재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사진을 올리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녀석들 자전거 실력이 반년새 또 얼마나 늘었을까, 저렇게 어릴 때 외발자전거를 배우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