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家의 매력

당신의 서재를 골라보세요 2007/02/26

딸기21 2018. 6. 6. 19:53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로망은 역시 자기 맘에 쏙 드는 넓고 책 많이 넣을 수 있는 서재일겁니다. 그런데, 그게 좀처럼 이루기 쉽지 않지요. 집값 비싼 우리나라 실정상 넓은 서재는커녕 넓은 집조차 갖기 힘드니 말입니다.

그래도 꿈을 꿔보는게 어딥니까? 넓고 아늑한, 그래서 그 안에서 꼭 책을 읽지는 않아도 밍기적 거리면서 숨어있고 싶은 서재를 가져보는 그런 꿈 말입니다.

 

인터넷에서 인기 좋은 사진 하나 퍼왔습니다. 여러가지 서재들을 번호를 달아 모아 놓은 그림입니다.

자, 이 많은 서재 가운데 여러분은 어떤 서재가 가장 맘에 드십니까?

 


제 개인적으로는 14번처럼 넓은 서재도 갖고 싶고, 47번도 좋아보입니다만,

정작 제 개인 방은 23번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의 축소판입니다. 정신없이 책들이 쌓이고 널브러진 모습입니다.

(일본의 유명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이 하도 많아 서재를 빌딩으로 따로 지은 것으로 유명하지요. 책에 미친 사람의 대명사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이 사진을 퍼오면서 처음 본 것인데,

그 유명한 푸코의 서재(49번)는 저렇게 생겼군요. 일본 등을 매달아놓은 것이 눈을 끄네요.

 

참고로 제가 방문했던 한 출판사의 책장이 인상에 남아 여기 사진을 올려놓습니다.

 

 

이 출판사는 사무실이 2개 층에 걸쳐 트고 그 높은 벽에 책장을 맞췄더군요. 좌우로 움직이며 높은 곳 책을 꺼낼 수 있게 달아놓은 사다리가 백미였습니다. 사진이 작아 죄송합니다.

 

언젠가 여러분 댁내에도 조만간 저런 책장들이 들어서길 바라겠나이다.

 

문득 이런 서재 사진을 보다보니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제 방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게 됩니다. 방에 들여놓고 싶은 것들이 과연 무엇인지 하나둘 꼽아보니 제법 되더군요.

어떤 것들일지 한번 끄적거려 봤습니다.

우선, 넓고 긴 책상 하나.

평생 맘에 드는 책상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책상에 대한 욕심은 별 없는 편입니다. 다만 아주 긴 책상을 하나 얻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책상 위'라는 공간은 늘 어지러워지기 마련이고, 늘 무언가가 자꾸 쌓이는 법칙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상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상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나오는 책상에 관한 그의 의견이 생각납니다. 그는 책상을 양쪽에 배치하고 그 가운데 의자를 놓고 일한다고 합니다. 몸만 돌리면 앞뒤가 모두 책상이 되도록 꾸민다는 `경험의 소산'인데, 실제 제 방이 그렇다면 너무 정신없을 것 같네요.

두번째는 원목으로 튼튼하게만 만든 투박한 책장.

사실 책만 많이 꽂을 수 있다면 책장은 무어라도 좋습니다. 그래도 판목으로 짜맞추거나, 벽돌과 판자만으로 꾸민 투박한 책장을 보면 너무나 근사해 보입니다. 가구회사의 그럴듯한 책장은 사실 맘에 들지 않습니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직접 책장을 디자인해서 만들어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잘 될지는 의문입니다.

셋, 근사한 CD장. 

이건 제가 이미 보유한 몇 안되는 맘에 드는 물건입니다. 만만찮은 돈을 주고 몇년전에 마련했는데 앞으로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용산 전자랜드 안에 있는 가게에서 샀는데 상표가 `盧班門下'였습니다. 씨디장을 전문으로 만드는 가구점인데 이름이 너무 맘에 들어 들어갔다가 거의 충동구매 했죠. 한때 목수였던 중국의 대화가 제백석의 전각을 그대로 상표로 쓰고 있었습니다. 
이제 씨디장을 마련했으니 이 장 전체를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음반들로 채우는 것이 두번째 목표입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넷, 괜찮은 CD플레이어.

누가 줘서 가지고 있는 오디오가 앰프와 리시버, 스피커만 있는 상태여서 씨디플레이어를 조만간 마련할 작정입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좋은 것이야 가격이 무한정 올라가고, 제 수준에 맞는 것들은 구하기 쉽지 않네요. 나머지 기기는 시커먼데 금색 씨디플레이어만 올라와 있길래 고민입니다. 
물론 그냥 콤포넌트 오디오는 지금 하나 있습니다. 아내가 시집올때 가져온 것인데 이놈은 아내한테 돌려줘야 합니다. 음악적 취향이 너무 틀려 저희는 결코 동시에 음악을 들을 수 없는 탓도 있습니다.

다섯, 석가산 하나.

`언젠가 꼭 갖고 말거야'라고 주먹을 쥐는 것은 제겐 치토스가 아니라 수석입니다. 언젠가는 꼭 맘에 드는 수석 하나를 방에 놓는 것이 제 꿈입니다. 물론 내 스스로 탐석한 돌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게으른 제가 언제 돌찾아 나설리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어디서 산형석 하나 생겼으면 하고 바라고만 있습니다. 석가산 하나 책상위에 올려놓고 틈나는 대로 보고즐길 날을 기다려봅니다.

마지막 소 코뚜레도 하나.

어렸을 적부터 집에는 늘 코뚜레가 있었습니다. 그게 있어야 재수가 좋다는 속설 때문에 어머니가 이사다닐 때마다 간직하고 다니신 건데, 늘 집에 있었기에 분가한 뒤 그걸 못 보니 아쉽습니다.


이런. 너무 상상만 했군요. 괜히 물욕만 강해질까봐 두렵습니다.